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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7

부끄러움 (아니 에르노) - 비채

노벨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나를 이끌어 이 책을 만나게 되었지만 역시 얇으면서 쉽지 않은 책이었다. 저자의 책은 저자의 일대기를 이해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자의 해석은 주요했다. 1인칭 시점의 작품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 적었던 저자의 고집 때문일까. 소설과 에세이 어느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자기 회상으로 글을 적는 작가에게 자기 검열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자신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치부를 드러내면서 떨쳐버렸을 때 비로소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

(서평)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 비채

잘 모르는 작가였는데,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작가라고 한다. 문장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스토리 수시로 전환되었지만 막힘없었다.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과 해결될 듯한 실마리 속에서도 끝끝내 잡아가며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조차 반전을 만드는 노력이 대가라고 부르는 사람의 작품이었다. 으로 출판되었다가 절판된 이 작품은 복간되었고 시대의 감각을 넘어 여전히 스릴 넘치는 스토리를 제공하는 이 작품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주 평범하게 시작되는 스토리. 8년 전 아내를 잃은 벡은 그날의 충격 때문인지 나이가 들어 철이 들었음인지 몰라도 뉴욕 빈민가에서 환자를 돌보며 살아간다. 평범한 삶이었지만 빈민가 아이들에게 애정이 있었는지 츤데레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야기는..

(서평) 씨앗을 뿌리는사람의 우화 (옥타비아 버틀러) - 비채

씨앗, 우화 그리고 SF. 그것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미래 그리고 희망이다. 희망을 바라기 때문에 현실은 절망적일 것이다. 그런 생각 속에 첫 장을 넘겼다. 너무나 익숙하지만 절망적인 모습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 책의 장르를 SF로 구분할 수 있을까? 수년 후에 이 책은 일반 소설이 되어 있을 것이고 수 십 년이 지난 뒤에는 고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고작 2 ~ 5 년 후로 설정한 시대의 모습은 지금보다 그저 더 암울해져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터전에서 더 살 수 없음을 자각한 주인공이 자신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며 사람들과 유대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곳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일반 소설의 장르에 넣을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

(서평)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 비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 만난 또 다른 이방인.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동질감과 벗어나고 싶은 감정이 뒤엉킨 주변인으로서의 삶과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한 명은 하버드에서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며 추방을 기다리는 듯한 무기력함을 다른 한 명은 택시 운전을 하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지지 않으려는 듯한 투쟁심을 보여준다. 하버드라는 견고한 울타리 속의 인간이 택시 운전을 하며 추방을 무서워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느끼는 심리를 잘 묘사한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온 유대인. 튀니지에서 온 아랍인. 둘은 어쩌면 앙숙이어야 할 것 같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적응하는 이방인으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추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추방되기를 기..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 비채

둘째를 놓고 우울해하던 아내를 위해서 구매했던 책이었다. 그 당시에 눈에 스치듯 지나간 이 책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 두었다가 구매를 했던 기억이다. 엄마를 슈퍼우먼과 마치 금강경을 외는 부처를 만들려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마주한 현실을 솔직하게 적어내면서 웃픈 현실을 적어냈다. 이 책은 글쓴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뿐 아니라 그동안 지켜온 여리여리함이나 섹시한 몸매와 함께 머릿속에 있던 쪽팔림이라는 것도 함께 놓는 것 같다.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마는 강해지나 보다. 임신을 하고 열 달 정도를 행복한 그림을 그리며 아이를 기다리지만, 아이와 만나는 순간 현실이 기다린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 비채

어쩌다 들른 어느 분의 인스타그램에서 너무나 매력적인 제목과 그에 잘 어울리는 표지의 책이 있었다. 그분의 피드는 "여름이 가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되어 있었다. 자신은 여름이 오면 매번 꺼내 들고 읽는다고 했다. 그 정도의 추천 사면 책이 나쁠 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가지고 싶은 제목을 하고 있었다. 에서라는 다소 밋밋한 원제를 로 번역한 역자의 센스가 주요한 것이기도 했다. 구매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김영하 작가가 7월의 도서로 선정하면서 책은 순식간에 인기도서가 되어버렸다. 서정적인 제목답게 이 책은 한나의 계절 동안의 일을 그림을 그리듯이 아름답고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이내믹한 오락적 요소를 최대한 빼고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이어가고 있다. 아주 편안한..

수선화에게(정호승) - 비채

시라는 것은 독서 중에서도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 소설처럼 머리 속에 한줄 한줄 그려주질 않는다. 한 문단을 읽어내면서 나만의 상상으로 그려내야 한다. 시선집에서 모든 시들에 공감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많은 시들은 안타깝게도 가슴에 닿기 힘들다. 내가 계속 되뇌이다 보면 하나씩 자리 잡기도 한다. 시집이란 것이 감정이 충만해지거나 마음에 여유가 차면 조금 더 공감이 쉬워지는 듯하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꽤 호평이었고, 그 믿음에서 구매를 결심했다. 도종환 시인의 시선집 이후로 10여년 만에 구입한 시집이다. 많은 시들이 있었지만 단연 '수선화에게' 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첫 폐이지에 있던 '반달'이라는 시도 좋다.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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