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동화 | 어린이

(서평) 고릴라 형과 오로라 (이병승 글, 조태겸 그림) - 샘터

야곰야곰+책벌레 2021. 10. 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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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을 한 이 책에는 <고릴라 형과 오로라>, <나쁜 기억 삽니다>, <이상한 친구>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면서도 예스럽지 않고 현대적 감각이 잘 보이는 세 편의 이야기는 <샘터>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문학상 대상으로 선정되어서 그런지 수록된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아이들의 모습과 말에 정말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고릴라 형과 오로라>는 재능이 없는 미용실의 가위손 형과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오로라를 보려 가는 가위손 형을 좋아하고 동경한다. 가위손 형은 힘든 일이 있으면 뒷산에 올라 땅에 누워 하늘을 보며 오로라 영상을 보며 자신을 위로한다. <나>는 돈을 빨리 벌고 싶은 아이다. 가위손 형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만 하면 부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궂은일이 겪었지만 그로 인해 단단해진다.

또 상처 받게?
...
잘린 머리카락은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까 마음도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잘려도 안 아픈 걸로 쳐요.
그리고 잘린 머리카락은 또 자라잖아요.
마음도 그러면 돼요.

  아이들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대사지만, 어떤 두꺼운 책에서 만나는 문장보다 깊이가 있다. 나쁘고 아픈 마음이 머리카락 잘리듯 쉽게 잘려 나갈 수 있겠느냐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유연하고 강인한 사고를 하고 있는 <나>라는 주인공에게 감동을 받았다.

  <나쁜 기억 삽니다>는 정말 좋은 글이었다. 나의 나쁜 기억을 귀가 달린 벽에 얘기하면 모두 사라지는 설정이 돋보였다. 그리고 그 벽 너머에는 그 나쁜 기억을 이겨낸 멋진 나의 모습들이 수두룩 했다. 나쁜 기억은 힘들다. 귀가 달린 벽처럼 우리에겐 힘든 벽일 수도 있다. 그 벽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쉬운 글로 이렇게 커다란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동화의 묘미이다. 아이들에게 벽이라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주는 글이었다.

  <이상한 친구>는 불평등 사회로 얼룩지는 현실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친구가 처한 환경으로 굴레를 씌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친구로 인정하는 <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우주를 상상하고 자신을 호킹의 환생이고 좀비라는 친구 운서는 사실은 가정폭력에 찌든 아주 가난한 집의 아이 었다. 같이 PC방에 가서는 혼자 라면을 먹기 바빴다. 친구에게 뭐라고 하면 쪼잔해 보여서 그냥 있는 그대로 두었지만 그것은 운서라는 아이가 집에서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친구의 사정을 알게 된 <나>는 있는 그대로 친구를 인정해 준다. 각박해져 가는 환경 속에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이해하는 모습으로부터 많은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세 편 모두 아이의 시선으로 글을 풀어가면서 사회적 현상을 다뤘다. 그러면서 어렵지 않다고 재미도 잃지 않았다. 아이들이 읽으면 분명 자존감과 공감을 지키고 키워가는데 작더라도 도움이 꼭 될 것 같은 책이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얘기하는 이런 책이야말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나갈 수 있는 동화만의 매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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