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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과학을 만든 사람들 (존 그라빈) - 진선BOOKS

야곰야곰+책벌레 2021. 9. 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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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하는 과정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과학 자체는 본질적으로 비개인적인 것이다. 과학은 절대적, 객관적 진실을 다루는 것이지만 과학사는 역사처럼 다루는 사람들만큼의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수많은 과학사 중 하나의 시각으로 봐달라는 이 책은 진선BOOKS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는 과학은 과학사를 이룩한 사람들의 업적이 차곡히 쌓여서 올린 업적이며, 누구 하나의 업적으로 이룩된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과학사 안에는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도 많다. 개인의 천재성으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운이 작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나의 위대한 법칙이 발견되기 전에 이미 선대 과학자들이 대부분 이룩해 놓아 비교적 쉽게 명성을 떨친 이들도 있고 완벽한 가설을 세웠지만 기술의 발전이 따라주지 못하거나 죽음으로 더 이상 연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자신의 공로를 세상이 인정해 주지 않아 자살을 시도한 이들도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책은 코페르니쿠스부터 현대 시대의 과학까지를 다룬다. 과학의 개념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과학자의 생을 짤막하게 얘기해 준다.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룬 것은 앞에서 얘기한 것과 같이 과학자들 사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빠지더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고 과학의 발전은 그렇게 아주 조금밖에 느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중세시대의 과학의 발전은 종교와의 싸움이었다.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 같이 천동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종교의 교리에 위배된다 하여 논문 발표가 쉽지 않았고 강경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던 몇몇 학자들은 단두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종교와의 싸움은 천문학뿐 아니라 과학 전반적인 부분에서 이뤄졌다. 진화론과 생물학 등은 신이 생명을 만들었다는 교리에 위배되면 안 되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며 대륙 이동설이나 원자물리학 등도 지구의 나이가 신이 창조했다고 기록한 날보다 더 오래되면 안 되었기에 과학의 발전을 종교가 집요하게 잡아둔 것이다. 혹자의 얘기에 따르면 종교 때문에 유럽의 과학은 100년 이상 뒤쳐졌다 한다.

그리고 중세에는 부자들이 호기심을 위해서 과학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의 실험에 만족할 만 결과를 얻으면 그대로 자신만 기록하고 발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이론이 있어도 출판을 할 수 있는 금전적 문제 때문에 발표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부러웠던 것은 박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연구를 하고 발표를 할 수 있었고, 누가 발표를 한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을 발표했는지에 주목했다는 점이 멋있었다. 물론 권위 있는 사람이 발표했을 때 더 큰 이슈가 된 것은 지금과 다르지 않지만 말이다.

근래의 과학은 늘어난 인구만큼 늘어난 과학자들로 인해서 서로 상충되는 이론의 싸움으로 과학의 발전이 다소 더뎌졌다. 서로가 서로의 학문을 증명하고 일반적인 이론이 될 때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때로는 반대를 위한 실험을 하다가 상대편의 이론을 확실하게 해주기도 했다.

과학은 종교나 기자재의 문제로 천문학과 물리학이 가장 먼저 발전했고, 실험 기자재의 발전을 이룬 이후에나 화학과 생명 공학, 양자물리학 같은 것이 발전할 수 있었다. 과학은 세분화되었지만 서로가 서로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으며, 여러 이론들이 학문의 카테고리를 넘어서 적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과학은 이렇게 서로의 지식 위에 자신의 지식을 쌓아 올리는 일이 된 것이다.

이 책은 또 다른 재미는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소사를 서술했다는 점이다. 예전에도 의사는 꽤나 잘 나가는 직업이었다는 점과 여러 학문을 두루 섭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 주목할만했다. 뉴턴은 생각보다 편협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그동안 그의 업적만으로 그를 평가하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 그의 업적은 역사적으로 매우 위대한 것이지만, ) 다윈이 천재이기보다는 선구자의 이론을 받아들여 부지런히 증명하기만 사람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후대에 이름을 알리는 것은 생각보다 운의 영역이 많다는 저자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책은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내용으로 꽤 긴 역사를 담고 있다. 등장하는 과학자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배경 지식 없이 술술 읽을 수는 없지만, 과학에 흥미가 있고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명공학 등에 대해서 얇게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과학의 역사 속에의 대소사를 느끼며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김상욱 교수가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과학자가 의도적으로 거짓을 공유하는 것은 그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론을 이어갈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이룩한 과학사는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지금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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