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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웃사이더 (마수드 후사인) - 까치

야곰야곰+책벌레 2025. 6. 2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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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얘기를 하지만 결국 자아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결국 나다움으로 귀결되긴 한다. 개인적인 나다움과 사회적인 나다움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나다움이라는 것마저 명확하지는 않다. 인간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다움은 뇌 세포와 시냅스가 만들어낸 복잡하게 얽힌 화학작용의 결과일까? 이성의 창발정도로 생각해도 될까? 그렇다면 뇌로 인해 갑자기 바뀌어 버린 사람들의 자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그런 물음에 대답하고 하는 듯하다.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즐겁게 읽어볼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신경 질환은 그렇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뇌신경이라면 말이다. 치매로 사람이 바뀌는 건 가장 흔한 일이다. 거기에 사고로 인한 뇌손상이 있을 수 있고 종양이나 물혹으로 뇌의 특정 부위가 압박을 받아 그럴 수도 있다. 뇌 환경의 변화로 사람의 인격이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의 자아가 그렇게까지 고매하고 근본적인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뇌 질환으로는 여러 형태가 있다. 단순히 세부적인 단어를 기억하지 못한다든지 기억을 잃어갈 수도 있다. 지금 보이는 것과 과거의 기억이 합쳐져 환영이 보이기도 하고 한쪽 시야의 정보를 완전히 무시하게 되기도 한다. 성격이 과격하게 바뀌고 신체 컨트롤을 잃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어가는 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증상이 다양했고 병명 또한 그랬다. 뇌의 어느 부분이 퇴화되기 시작함에 따라 기억력을 잃을 수도 있지만 기억은 멀쩡한데 그것을 서로 합치는 일을 못할 수도 있다. 때론 신체 제어를 어렵게도 하지만 전혀 상관없게 할 수도 있다.

  뇌 질환은 어떻게 보면 인간 자아의 한 조각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것의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조각들이 모여 하나를 이뤘을 뿐인데 한 조각 들어냈다고 완전 다른 모습이 되어 버린다는 건 이해하게 어렵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자아라는 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과학적인 얘기는 아닐 것이다. 책은 처음부터 이방인이었던 자신을 얘기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뇌질환을 앓으면 사회적으로 배제되기 시작한다. 스스로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회의 구성원이었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사회적 자아는 어쩌면 주위 사람들의 지지로 유지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뇌 질환으로 사회와 격리를 시작한 이들에게 치유를 통한 복귀와 자아의 회귀등을 얘기한다. 자신을 잃어가는 것은 정말 잃어가는 것일까 변해가는 것일까 잠깐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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