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의학상을 받은 커털린 커리코의 자서전이다. 과학자의 삶이 늘 돌파의 시간이었을 거라 이런 제목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적을 만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늘 돌파의 시간이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과학에도 돈이 필요하니까. 돈이 되지 않는 일은 늘 핀잔을 받는다. 하지만 성공하면 그들은 태세 전환이 빠르다. 참 잔인한 세상이다. 그 속에서 mRNA하나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다. 그 모든 인연이 행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본인의 생각에 나 역시 깊은 감사를 하게 된다.
과학의 외곽에서 단숨에 중심으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신념을 가지고 묵묵히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화이자 백신이 세상이 나오기까지 세상은 공포 속에 살았다. 팬데믹은 많은 것을 가져갔지만 새로운 과학을 우리 앞에 가져다주었다. 다음 팬데믹과 싸울 무기가 될 것이다. mRNA백신은 그렇게 세상 사람들에게 처음 선보였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식이어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세상을 바꾼 건 mRNA였다.
백신에는 크게 DNA, mRNA, 돌기 단백질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다.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는 단백질 방식을 제외하면 대부분 DNA 혹은 mRNA형이다. 지금껏 백신은 대부분 병원균을 죽이거나 약화시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병원균의 표면 단백질만 이용한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DNA나 mRNA가 필요한 것이다.
DNA 백신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널리 사용된다. 그래서 초기 mRNA 백신이라는 말에 다들 두려움이 있었다. 나도 RNA라는 말은 에이즈 관련을 글을 읽을 때 자주 봐서 그런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RNA가 DNA보다 안전한 것 같다. RNA는 사라지지만 DNA는 아주 낮은 확률로 DNA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세상은 mRNA는 오랜 시간 연구되어 온 기술이라며 안전한 기술이라고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의학계가 RNA를 얼마나 푸대접했는지 알 수 있다. 모두가 DNA나 게놈이 빠져 있을 때에도 홀로 RNA를 연구한 커리코 박사의 집념이 아니었다면 이번 팬데믹은 지금과 다른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의 학계는 얼마나 대단한 학술지에 투고하고 얼마나 많이 인용되어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따올 수 있냐가 중요하다. 과학자이기보다 경영자의 같은 과학계의 이면을 책은 비판하고 있기도 한다. 그것이 기초 과학을 하는 사람의 가장 어려운 점이다. 마음 놓고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 과학은 알지 못하는 것을 향해 가야 하는데 돈벌이로 향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신의 선생님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몇 권의 책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영감과 신념을 만들어 주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일 수 있다. 그녀에게는 어디에서 누구와 라는 것보다 무엇을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끝까지 RNA를 연구하고 싶었다. 그것이 공산국가였던 헝가리에서든 미국에서든 교수가 되지 못해 선임연구원이 되어서든 상관없었다. 그저 연구만 할 수 있으면 되었다.
RNA로 치료제를 만들고 싶었던 그녀는 면역학자 드루 와이스먼을 만남으로써 RNA가 백신으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합성된 RNA가 인체에 들어오면 선천면역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연구와 연구를 거듭함으로써 siRNA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의 많은 인연들은 끊어질 듯 한 그녀의 연구를 이어주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늘 자신의 연구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던 그녀는 어느새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때를 만났다. 모더나와 같은 업계 관계자들은 학계와 달리 그녀의 연구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한 연구 research는 결국 re-search로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지린한 시간을 반복하며 결과를 내는 것이었다. 그녀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였다. 모든 선택은 자신이 연구를 이어갈 수 있냐 없냐의 문제였다. 그녀를 지지한 가족들을 만난 것도 큰 행운이었고 육아를 모두 나라에서 해결해 주는 헝가리에서 시작한 것도 다행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핑계는 할 생각 없을 때나 하는 거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했다. 리더가 없어도 재료가 없어도 제조 방법을 몰라도 그녀는 끊임없이 만나고 물었다. 그녀는 여러 학문과 연결되었고 그것이 면역학까지 연결될 수 있었던 과정이었다. 여러 학과에서 사용하던 그들만의 노하우를 배워가며 자신의 연구에 연결하던 그녀의 행동에는 정말로 핑계라는 것은 없었다. 오직 행동만 있을 뿐이었다.
모든 과학은 서로의 영역을 조금씩 걸쳐 있다. 여전히 경계를 나누는 것은 좋지 못하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때 해결되는 문제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요즘 강조하는 다양성이다.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작업은 다른 이들에게는 쉬운 작업일 수 있다. 문제를 드러내 놓고 서로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미지의 것을 향해가는 과학자를 믿어주는 일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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