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정규 7집 앨범이다. 코로나19로 시간 여유가 많아진 윤하가 여러 우주 영상을 보며 과학덕후가 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혜성>이란 노래도 최근에 크게 회자되었던 <사건의 지평선>도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너무 행복한 제목이다.
윤하의 이번 타이틀 <포인트 니모>는 해양 도달물능점을 가리키는 용어로, 지구의 어떤 땅에서도 가장 먼바다를 말한다. 니모는 라틴어 네모에서 가져온 말로 '아무도 없다, 누구도 아니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나디아에 나오는 네모 선장이 '이름 없음'을 얘기할 때 말하던 그 언어다.
포인트 니모는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을 폐기하는 '무덤 궤도'로 사용되어 왔다. 사실 지리적으로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망망대해의 한복판이기 때문에 탐험하려 하는 사람도 관광하려는 사람도 없기에 대중들에게 큰 관심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바다 오염이라고 생각했지만 선박이나 폐수에 비해 얼마나 오염을 시킬까 싶기도 하다.
아주 오랜 시간 일을 하고 돌아온 우주선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한 윤하의 <포인트 니모>는 자신의 일을 다한 인공위성들이 옛이야기를 해줄 거라는 긍정적인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무덤'이라는 표현의 무거움 보다는 은퇴한 인공위성들이 있는 노인정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할까? 그곳을 찾은 손녀에게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랄까.
이런 스토리가 궁금해서 아주 오랜만에 앨범을 샀다. 최근에는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듣기 때문에 앨범은 팬들을 위한 하나의 굿즈가 되어 버렸다. 내가 이번 'Growth Theory' 앨범을 산 것은 스토리가 궁금해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하의 앨범은 다른 앨범들과 달리 글이 많았다. 하나의 책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어 너무 좋았다. 모든 노래가 하나의 스토리 위에 올려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이번 앨범의 메시지는 '홀로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성장에는 고통이 있고 그런 고통들은 서로를 더 멋진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별이 탄생해서 서로를 깎고 부수며 성장하는 것과 같다.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지만 너와 내가 된 이유를 찾아가며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음을 느낀다.
우주의 총량에 우리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얘기와 부분의 합은 전체 이상이라는 과학적 메시지에 존재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번 앨범은 과학철학 위에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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