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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팀 잉골드) - 이비

야곰야곰+책벌레 2024. 3.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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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나노섬유 같은 커버를 가진 이 책의 선(線)은 사실 선(善)으로 이해했다. 선(善)에 대한 연구는 종종 볼 수 있기도 하고 꽤나 관심 있는 테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한 선은 선(線)을 얘기하고 있다.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선(線)의 형태를 띠고 있고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 같았다. 사실 이 책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 뭔가를 골똘히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없어서 일 수도 있겠지만 꽤나 추상적인 느낌이다. 

  선(線)이 자연에 인간에 대해 어떤 형태와 의미를 가지는지 고찰하는 이 책은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수학에서는 모든 형태는 점으로 이뤄졌다고 배웠다. 선은 같은 방향으로 늘어선 점들의 집합이고 원은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무수한 점들의 집합이다. 점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 또한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선(線)에 대한 이야기다. 선에 대해 무엇을 대해 얘기할까? 잘 이해는 못했지만 몇 가지 관심 있게 본 내용을 정리해 볼까 한다.

  점이 하나의 최소 단위라고 하면 선은 객체를 이루는 최소 단위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선과 덩이는 비슷한 위치에 있는 듯하다. 많은 생명체는 선과 덩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덩이가 하나의 고유성을 갖는다면 선은 연결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손과 손이 맞잡은 형태를 한의 선의 연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선은 융합적으로 혹은 상호 침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선과 인간의 발전은 비슷할까? 선과 선이 모여 만든 매듭은 인간의 오랜 예술적 작품 중에 하나다. 어떻게 보면 건축의 시작이 매듭일 수도 있다. 매듭의 형태는 점점 더 정교화되었지만 체인과는 다른 형태다. 끊어지지 않은 채 얽혀 있는 모습이다. 매듭의 형태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이음이다. 하지만 매듭의 형태는 접합의 형태와는 다소 다르다. 분절된 것들을 하나로 이으려면 이음이 필요하다. 그것은 유연해야 하며 탄력적이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매듭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매듭이 특별한 것은 그것은 풀려나더라도 원래의 형태를 취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분절되어도 연대를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이 매듭의 성질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기, 공기의 경우는 어떨까? 다소 이해가 어렵다. 한 줄기 공기가 콧 속으로 들어와 회오리 치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하나의 덩이가 아닌 선을 이루기를 반복한다. 하늘의 모습은 단편적이지 않다. 그 모습은 우리의 눈에 투영된 모습이다. 하늘과 구름과 별은 그렇게 계속해서 옮겨간다. 분절된 하나의 모습이 아닌 연결된 모습. 고흐의 하늘은 그런 감각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은 자연 전체를 인간화하려 한다. 우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화한다는 것이 인간이 세계를 인간답게 만든다는 건 아니다. 인간은 세계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삶 속에서 그저 부단히 움직일 뿐이다. 삶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해 가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제작자며 무엇으로 존재할지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 삶을 이끈다는 건 선을 펼쳐 놓은 것과 같은 것이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차분히 몇 번을 곱씹어야 할 책 같다. 그런가 쉽다가도 어느 순간 멍해져 버린다. 문장 문장이 철학적인데 그것을 또 선으로 연결한다. 어느 부분에서 놓쳤는지 다시 멍하게 된다. 한 번에 이해하려 덤비면 참 힘들게 읽어야 할 책 같다. 여러 번 조금씩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야 할 듯하다. 삶을 선으로 이해하는 자세. 인생은 연속적이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듯하다.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서 독특하고 재밌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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