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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클래식 비스트로 (원현정) - 한스미디어

야곰야곰+책벌레 2023. 12. 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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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점심시간. 친구를 따라 음악실에 갔다. 피아노를 쳐다보던 친구는 "한번 쳐볼까?"라며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캐논 변주곡'을 연주했다. 피아노를 치는 걸 처음 가까이서 봤다. 친구가 너무 멋있었고 캐논은 너무 좋았다. 그 뒤로 나에게 클래식은 곧 캐논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로망스'가 나에게 왔다. '레이크 루이스'를 더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유키쿠라모토는 애정하는 연주가가 되었다. 그리고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바꿀 녀석이 다가오는데 바로 <노다메 칸타빌레>였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그에 엮인 스토리를 알면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클래식과 작곡가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한스미디어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노다메>는 정말 탁월했다. 클래식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드라마 도입부에 치아키가 노다메의 연주를 '비참'이라고 얘기했던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 치아키를 각성시키기 위해 준비된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미네와 노다메의 연주를 '장마' 같다고 얘기했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그리고 지휘자가 된 치아키의 첫 곡 베토벤 교향곡 7번. 치아키 없는 오케스트라가 준비한 '랩소디 블루'. 치아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였던 라흐마니노흐 교향곡 2번. 정말 명곡이면서도 대중적인 곡들이 나를 덮쳤다. (괜히 노다메 후기 같다)

  노다메 유렵 편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악보에는 작곡가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이 쓰여 있지 않다. 밖으로 나가서 작곡가가 어떤 시대에 어떤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는지를 공부해 보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리스트 한수진 님은 체력적으로 4시간 이상 연습할 수 없어서 남은 시간엔 음악학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가들의 레슨을 보면 테크닉에 대한 얘기보다는 분위기, 풍경, 생각에 대한 얘기가 훨씬 많다. 

  그래서 클래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곡가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곡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면 곡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두꺼운 작곡가 개개인들의 평전이나 서양음악사 같은 책들을 읽는 것도 좋지만 담백하게 풀어놓은 이런 책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좋다.

  노다메 이후로 베토벤 바이러스, 피아노의 숲, 4월은 너의 거짓말로 이어지는 클래식 콘텐츠를 소비하며 이제는 클래식을 즐길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앞에서 말했듯 한수진 님의 바이올린에는 특별함이 있다. 정경화 님처럼 날카롭게 날이 서 있는 초절기교파의 느낌과는 다른 온화함과 따스함 위에 올려진 카리스마가 있다. 최근에는 바이올린리스트 고소현 님의 바이올린도 즐겨 듣는다. 우리나라 임윤찬이나 조성진 님의 피아노도 좋지만 최근에 알게 된 스미노 하야토의 피아노도 좋다. 그리고 클래식은 아니지만 한규희 님의 기타도 좋다(클래식 기타니까 클래식이라 하자).

  하나같이 좋은 곡들이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담겨 있다. 바람둥이도 있고 절절한 로맨티시스트도 있다. 최고의 연주를 QR코드로 남겨두어서 감상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고소현 님의 사라사테 카르멘 판타지 Op.25를 듣고 있다. 

  열정적인 바이올린 음색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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