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일까? 인류의 역사를 헤매다는 동안에 계속해서 '역사'라는 키워드를 가진 책들이 손에 들어온다. 키케로의 '역사'를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구매를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이야기가 아닌 역사학 자체를 얘기하는 책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 역사학이라는 것도 있었지.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스타일이라고 할까. 예술에 낭만주의,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같은 것이 있듯 역사도 그렇다.
역사라고 하면 '헤로도토스'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음유시인의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그에게 역사는 어쩌면 새로운 '장르'였을 거다. 영웅들의 불멸의 영광을 남기는 것을 대신해 인간의 행적의 소멸을 지연시킬 임무를 가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 것들의 탐색으로 바꾸고 놓는다. 인간 집단이 가져온 가치를 찬양하고 공적을 추억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기억을 남기려고 애쓰는 작업인 것이다.
역사적 이야기는 눈으로 보았던 것을 입으로 전하여 문자로 남겨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가는 진실됨을 탐구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헤로도토스는 희대의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다. 진실은 역사가의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이야기는 사라지고 추정된 역사는 고증이 필요하게 되었다. 절차에 따라 출처를 고증하고 진실의 정당성을 인증해야 했다. 역사는 금욕주의와 비슷해졌고 엄격해진 역사는 교육적인 부분에서 근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역사에도 과학의 바람이 불었다. 역사에도 어떤 법칙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권력의 실행의 방법과 정부가 영속하기 위한 원리를 기준으로 독재 정치, 공화정, 군주 정치로 나눴다. 볼테르는 인간 성향이 기후, 정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들은 인간 역사의 통일성을 찾고 있었는 것 같다.
자연주의는 인과 관계를 찾는 것이 과학성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역사를 자연 과학으로 몰아붙였다. 역사는 구조주의를 거쳐 환원주의로까지 나아가는 듯했다. 분할된 역사만이 진정한 역사라는 개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거짓된 객관성을 인지하게 된다. 역사는 과학과 마찬가지로 계속적인 수정에 의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역사는 동일한 행동과 사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논쟁과 토론을 하며 국가와 집단의 기억을 되돌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역사는 여러 방법을 적용해 보고 있다. 확실한 고증만을 역사로 쓰던 시절도 있었고 여러 이야기를 겹쳐 역사를 짚어 보기도 한다.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다 보면 '침묵'이라는 것 또한 확실한 고증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이고 현재에 대한 현재는 비전이다.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다림이다라고 말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해 보면 모든 것은 현재와 닿아 있고 역사의 해석도 현재와 떨어질 수 없게 되어 있다. 사명을 가지고 역사를 연구하지만 주관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역사학은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내는 학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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