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죽인다. 저 언니 죽이는 언니였네." 무대 뒤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34호는 작은 모니터로 17호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보았을 때만 해도 순한 인상이라 발라드를 부를 줄 알았다. 그런데 락이라니. 34호는 17호의 무대를 보면서 너무 즐거웠다. 사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다. 매일 무대에 서다시피 한 34호에게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간절함과 함께 월세를 빌려야 할 경제적 문제도 있었다. 노래가 좋아서 선택한 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34호는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야 했다. 방역 때문에 현장에서 노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40대의 여성 뮤지션으로 설 수 있는 무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