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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르노 3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 레모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나이에 꺼내 들었던 작품이 다른 작품의 근간이 될만한 작품이라는 것이 신선하다. 작가는 오랜 세월의 숙제를 해결하 듯 작품을 내어 놓은 듯하다. 얇은 책에 절반은 또 프랑스어로 된 원문이다. 다른 작품 같았으면 단편선으로 묶여 나왔을 글이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낼만 한 것이었을까? 한참 읽기 시작하며 속도를 붙여 나가는 순간에 만난 마침표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할 말은 다했다는 듯한 저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아쉽지는 않았다. 'Comprenez vous?' 서른 살이나 어른 남자와 사랑을 나눴던 경험에서 나온 이 작품은 '작가가 타인의 사생활을 들출 자격이 있냐?'라는 비판에 맞서는 대답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에게 의미 있었을 그 존재가, 오로지 그..

기획회의 574 - 수집할 결심

구매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작년 마지막 호였다. 격주마다 발간되는 잡지다 보니 그 사이 발행된 것들은 모두 품절이 되어 있다. 기획회의는 독자를 위한 느낌보다는 출판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맞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그 내용은 소소한 재미가 있다. 574호의 이슈는 이다. 나도 어릴 때 우표 수집을 했었다. 아버지가 집배원을 했기에 모우기도 했지만 아버지 대신해서 배달을 하면서 신기한 우표가 있으면 떼어내서 모우기도 했다. 수집가는 그저 많이 모은다고 수집가가 되질 않는다. 가슴이 뛰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책 수집을 하고 있는 현재라고 얘기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럼에도 책 수집을 하는 분들의 얘기를 읽다 보면 이건 좀 차원이 다르다. 멀쩡한 아파트는 책에게 모두 내어주고 자신은..

부끄러움 (아니 에르노) - 비채

노벨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나를 이끌어 이 책을 만나게 되었지만 역시 얇으면서 쉽지 않은 책이었다. 저자의 책은 저자의 일대기를 이해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자의 해석은 주요했다. 1인칭 시점의 작품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 적었던 저자의 고집 때문일까. 소설과 에세이 어느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철저하게 객관적인 자기 회상으로 글을 적는 작가에게 자기 검열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자신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치부를 드러내면서 떨쳐버렸을 때 비로소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무거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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