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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 5

(서평) 6월의 폭풍 (이렌 네미롭스키) - 레모

우크라이나 출신의 프랑스 작가. 유대인이었기에 겪었을 핍박과 결국에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죽음을 맞이한 생애는 작품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작가는 원고가 든 가방을 출판사에 맡겼고 그녀의 딸들은 그것을 지켜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 나온 작품은 빛을 보게 된다. 전쟁 속에 마주하는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레모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전란에 대한 얘기다. 프랑스 파리로 들여 닥치기 직전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전쟁이라는 것의 위기감과 함께 그 속의 사람의 심리를 묘사한다. 그렇게 많은 세월의 간극을 두고 있지 않은 양차 세계대전은 두 번의 전쟁을 겪은 이와 처음 전쟁을 겪은 이의 반응 차이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파..

젊은 남자 (아니 에르노) - 레모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나이에 꺼내 들었던 작품이 다른 작품의 근간이 될만한 작품이라는 것이 신선하다. 작가는 오랜 세월의 숙제를 해결하 듯 작품을 내어 놓은 듯하다. 얇은 책에 절반은 또 프랑스어로 된 원문이다. 다른 작품 같았으면 단편선으로 묶여 나왔을 글이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낼만 한 것이었을까? 한참 읽기 시작하며 속도를 붙여 나가는 순간에 만난 마침표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할 말은 다했다는 듯한 저자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아쉽지는 않았다. 'Comprenez vous?' 서른 살이나 어른 남자와 사랑을 나눴던 경험에서 나온 이 작품은 '작가가 타인의 사생활을 들출 자격이 있냐?'라는 비판에 맞서는 대답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자신에게 의미 있었을 그 존재가, 오로지 그..

(서평) 정어리의 웅변 (빌 프랑수아) - 레모

인문학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은 사실 소설일 줄 알았다. 머리글을 읽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정어리가 스토리의 키워드가 되겠구나 싶었다.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작가의 글과 함께 다분히 과학적인 생태학적인 얘기들로 채워지다 싶더니 꽤나 전문적인 내용이 쏟아졌다. 뭐지? 하고 저자 소개를 읽어보고 그제야 이해를 했다. 이 책은 과학 서구나. 바닷속 생물들의 삶을 얘기하며 바다의 아름다움과 함께 바다와 바다 생물을 대하는 자세의 개선을 얘기하는 이 책은 레모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수산시장에서 만난 수많은 생선들로부터 막연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해변가로 밀려온 반짝반짝 빛나는 정어리는 저자를 바다의 세계로 인도했다. 저자는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바다 생..

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비강이라는 작가는 감정을 유도하는 글쓰기를 잘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듯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적어나가면서 독자의 마음은 먹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일상 같은 얘기를 흘리면서 감정의 진폭을 만들어 낸다. 이런 마음일까? 이런 마음일 테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충실한 마음'은 무엇인가? 이 마음은 참 많이 다중적이다. 충실하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만 사용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사회적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의 고뇌와 아픔이 있다. 내가 가진 페르소나에 알맞은 행동을 하는 것은 과연 충실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가면 속에 숨겨진 내면을 드러내어 보여줄 수 없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책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

고마운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너무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 버린 듯했다. 비판적 사고, 과학적 지식으로 뇌가 굳어 있었을까. 기계처럼 문장을 읽어나가다가 불현듯 글자만 탐독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 듦 그리고 잃어감을 대하는 모습. 그리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 봐 주는 사람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치밀한 스토리로 읽어내는 책이 아님을 알아채고는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느끼려고 했지만 사실 쉽지는 않았다. 여유로움이 있고 공감의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읽어내었을 때 진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세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런 미묘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린 시절 아랫층 마쉬카 할머니의 호의를 받았던 마리는 어느새 입장이 바뀌어 보살핌을 나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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