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유꽃비. 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나는 대학을 졸업하는데 8년의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입사한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녹록지 않았던 나의 14년 회사 생활.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런 오늘 팀장 승진 때보다 더 기쁜 일이 생겼다. 바로 유재석 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 유퀴즈라고 하는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틴 나를 칭찬하고 싶다. 회사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은 잘해 낸 것 같았지만 15년 동안 영업하며 살아남은 나에게도 유재석 님을 만난다는 사실은 살짝 긴장되는 일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촬영을 기다는 중이다. 제작진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그들 사이로 유재석 님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촬영 준비를 하러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톱스타라 편히 앉아 있어도 될 텐데 열심히다. 그런 모습은 직장인인 나에게도 훌륭한 롤모델이다.
드디어 촬영이 시작되었다. 유재석, 조세호 두 분이 멘트를 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야 한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FD님의 사인이 온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음을 뗀다.
"유꽃비 차장님?"
"네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나에게서 내공을 느껴진다는 말을 해주었다.
"닳고 달았죠?"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영업을 하는 나에게 위트는 필수다. 말에 두 사람은 잇몸까지 내보이며 너무 좋아한다.
주류회사 14년 차. 경쟁사까지 소문난 악바리라는 수식어가 좋다. 매일 같이 거래처를 방문해서 동향을 살펴야 한다. 내가 아플 때도 아이가 아플 때도 눈물을 참고 일해야 한다. 워킹맘이라는 당당하고 능력 있는 엄마이고 싶지만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도 늘 함께 한다. 그렇게 버텨온 내 커리어와 내 일이 좋다.
연이어 주류회사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주류회사에 다니면 술을 잘 마시냐, 술을 잘 마셔야 되냐 등의 당연하면서도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이다. 사전 인터뷰를 해서 질문은 다 알고 있다. 얼마나 화기애애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것도 직업병인가 싶다.
"주류회사에 다니려면 기본적으로 술을 다 해야 하나요?"
"술을 전혀 못하시는 유재석 님 같은 분도 계세요. 단지 승진을 못하세요"
이번엔 조세호 씨가 묻는다.
"아침에 술냄새 나도 어제 술 마셨어? 이런 얘기 안 하겠네요?"
"어제 술 안 마셨어? 우리 술 응원 안 한 거야?"
우리 술 응원 안 한 거야.. 되뇌며 유재석 님이 웃으며 쓰러질 듯하다.
"응원해야죠. 요즘 얼마나 힘든데.."
이번에도 조세호 씨가 묻는다.
"그러고 보니 같은 유씨네요?"
"저는 묘금도" 유재석 님이 대답했다.
"어! 저 묘금도예요. 어머.. 결혼은 못했겠다. 하하하"
아쉬운 마음에 나온 진심을 웃음으로 덮었다.
아쉬워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같이 웃으면 되지.
사원 때 스카우트를 당했던 일부터 경쟁사 본사 앞마당에 있는 곱창집에 제품을 넣었던 일, 2014년도 포항 소맥 아줌마와 계약한 일에 대한 얘기를 했다. 너무 혼자 얘기하는 듯한 느낌도 잠시, 자랑스러운 일은 아무리 얘기해도 즐겁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마지막 질문이다.
"내가 몸소 터득한 회사생활 꿀팁 같은 게 있습니까?" 조세호가 물었다.
"정말 꿀팁 같은 게 있는데.."
상사가 까라면 까는 척이라도 해라.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은 분명 능력이 있을 터이고 그분의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기획안을 내면 내 것도 까일 것이 분명하다. 상사의 아이디어가 안된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얘기로 촬영을 마무리했다.
촬영을 마치고 유재석 님과 조세호 씨와 인사를 나눴다.
왠지 모르게 오늘부터 인생에 더 즐거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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