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진행되는 출간 전 블라인드 대본집 서평단이 보여서 신선해 보여서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화 대본집 같은 것을 기대했으나 내용은 소설이었고 그중에서 K-영 어덜트(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읽는 콘텐츠)에 속한다. 대본집 표지에 표시된 해시태그로 표시된 #영혼가출, #힐링판타지 에서 줄거리를 상상해볼 수 있었다.
죽은 영혼을 데려가는 이를 '사령' 즉 저승사자라고 한다. 살아있는 영혼을 데려가는 사람을 이 작품에서는 '선령'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영혼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쓰지 않던가? '영혼 없는 대답', '영혼 없는 삶', '영혼을 갈아 넣는 행동' 등등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영혼과 안녕을 얘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닮은 두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명문고를 다니며 그 안에서 전교권을 석권하고 있는 수리라는 여학생과 지병을 안고 태어난 동생으로 인해 빨리 철들어버린 은류라는 남학생이다. 한 명은 수재, 다른 한 명은 YES맨이라는 완전 다른 삶이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엄격한 나라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이 작품은 현재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두 경향을 얘기한다. 첫 번째는 학업 성취를 위해서 자신을 갈아 넣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 즉 수리의 삶이다. 넘어져도 괜찮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하는 나이에 폭주 기관차처럼 명문고, 명문대를 향해서 브레이크 없이 달린다. 어린 나이에 이미 완벽이라는 굴레를 둘러쓰고 산다. 두 번째는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 즉 은류의 삶이다. 알아서 스스로 잘 해내야 했고 미움받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배려라는 굴레를 쓰고 의욕 없는 삶을 살아간다.
우리의 육체도 이런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부터 사랑하라'라는 말은 이 작품에 잘 어울리는 문장인 것 같다. 자신감이 넘치던 수리도 자포자기의 은류도 모두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육체로부터 거부한 것은 아닐까?
나의 삶,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획일화된 사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살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좋은 마음이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세뇌고 가스 라이팅이 아닐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작품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청소년들에게도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잘 담고 있다.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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