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잡지 | 여행

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Vol. 21 - 창의성, 인간과 기계 사이

야곰야곰+책벌레 2025. 11. 30. 03:04
반응형

  창의성이란 뭘까? 그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그 기발함을 갖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하고 있지만 정말 그것이 전부일까?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이미 만들어진 것들의 연결이라고 했다. 그 연결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대중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고, 눈앞에 그것이 나타나야만 비로소 자신이 원했던 것이 그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도 말했다. 창의성이란 대부분의 인간이 원하는 것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일까?

  창의성이 단순히 '창발'의 의미가 아닌 더 낮은 차원의 것이라면 인간은 AI보다 창의적일 수 있을까? 이세돌 9단이 딥마인드와의 대국 이후 바둑을 은퇴한 이유가 그런 내적 질문이 있었다. 더 좋은 수를 찾고 길을 제시하는 낭만이 이제는 프로 기사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였던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프로 기사들도 AI를 곁에 두고 공부를 한다. 이세돌 본인은 바둑을 놓고 바둑 자체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은 AI보다 더 뛰어나게 학습할 수 없다. 즉, 어떤 규칙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으면 그 속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 내는 능력은 AI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어떤 규칙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그것은 바로 모든 기술이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AI가 '나'를 이해할 때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여전히 정의가 모호한 '자아'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기심'일 수도 있다. AI는 여전히 지극히 이타적이기 때문이다.

  창의는 언제 생겨났을까? 창의성이라는 말은 원래부터 있던 말이 아니었다.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인간의 일을 급격히 대체해 가던 시절에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만든 하나의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계는 창의적이지 않잖아?'라는 말로 인간은 스스로 안도했다. 그리고 딥마인드가 세상에 나와 바둑계를 휩쓸 때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의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기계가 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창의'라는 단어의 정의를 새롭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더 좁은 차원으로 몰려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엔 어떤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모든 기술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고 모든 문장은 인간 중심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주도권이 기계 자체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에는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단어는 생겨나게 되어 있을 것이다.

  그 옛날 인간은 기계처럼 완벽함을 추구하며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기계가 등장하자 인간이 직접 하지 않았다며 폄하했다. 기계처럼 오차 없이 반듯하게 해낸다면 인간미 없다며 평가절하한다. 기계가 만든 명품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계는 장인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최근에 논란이 되는 AI 저작권도 비슷하지 않을까? 지브리 만화를 보고 자라 연습한 인간이 만든 결과물은 신성의 등장이라 칭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데이터를 학습한 AI의 능력은 상업적 문제를 걸고넘어진다. 인간은 여전히 인간이 직접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창의에 대한 새로운 정의는 어떻게 만들어질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인간은 자신을 닮아가는 것들에게 호의적이지만 구분이 되지 안될 정도로 비슷해지기 시작하면 적대적으로 바뀐다. 인간이 기계를 모두 내쳐버리는 상황도 올까? 신문물에 열광하는 사람만큼 외면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앞으로의 세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