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는 왜 역사학자가 되었냐는 질문에 '왜 우리는 지금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가 늘 궁금했다고 한다. 역사라는 것은 왕의 이름을 외우고 사건을 공부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심오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역사는 문명과 세계의 형태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며 그렇게 때문에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일어나는 일이 왜 그런지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역사라는 학문이기에 '과거의 학문'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를 이해해서 현재와 미래의 실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사건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배워 미래를 대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왜 배우는 것인가?
역사는 과거로부터 해방을 위한 학문이다. 과거의 이야기와 개념은 현재의 우리를 강요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역사라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죽은 사람이 우리를 통제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것, 과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위해 필요하다.
여자나 아이가 재산이었다는 것도 흑인은 노예라는 것도 인간에게는 계급이 있다는 것도 인류는 과거의 영향력에서 지속적으로 벗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역사라는 학문은 미래에 닿아 있는 학문인 것 같다.
인류에게는 세 가지 큰 위협이 있다. 그것은 전쟁, 생태계 파괴 그리고 파괴적 기술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로도 전쟁은 계속 있어 왔지만 전 세계적인 전쟁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인류는 수십 년 동안 평화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전쟁은 여전히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전쟁이 잠재적 위험 요소라면 생태계 파괴는 진행되고 있는 위험 요소다. 인류는 자신의 문명의 근간을 파괴할 뿐 아니라 동식물 또한 파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파괴적 기술이다. 파괴적 기술은 생명공학과 AI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이미 신과 같은 능력 앞에 서 있다. 이것은 물리적인 것만을 얘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은 신체, 뇌, 정신을 생산하려는 것을 넘어 AI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의 AI는 그저 신기할 뿐이겠지만 '특이점' 혹은 '초기능'에 닿을 AI는 그야말로 파괴적이다. 인간은 유기적 창조를 넘어 비유기적 생명체를 창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지구 생명계의 커다란 혁명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AI는 많은 직업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더욱 하이테크적인 업무일 것이다. 사회는 재교육, 재취업의 고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더욱 짧아지는 재교육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포기에 이르게 될 수 도 있다. 이것은 새로운 계급이다. '무용계층'. 측 어떤 기술적인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계층은 결국 윤리적, 정치적 위협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승자독식의 세계를 만들어 왔다. 파괴적 기술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하나의 국가 안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가난한 나라는 부유한 나라가 돌보지 않는다면 결국 인류 문명은 무너지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사회 안전망은 국내적인 아니 국제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인류는 대규모 민주주의를 만든 대단한 일을 지난 200년 만에 해냈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늘 위기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이 융통성이며 실수를 인정하고 재시도, 재창조할 수 있다. 독재만큼 빠른 일처리는 불가능하겠지만 악인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도 만들어 준다. 문명은 느리더라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선거만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다수 독재'일 뿐이다. 선거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모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99%의 시민이 1%의 시민을 살해해자고 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니듯 보편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며 소수를 인정해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언론을 통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는 독재자가 하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는 자세가 바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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