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혈사 지하굴에 숨어 지내던 왕자는 졸지에 불려 나와 왕에 즉위했다. 암살자들을 피해 목숨만 부지해야 했던 왕은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삼촌과 조카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태어난 사생아였지만 왕실의 유일한 혈육이었기에 보호하려는 자와 찬탈하려는 자가 있었다. 서둘러 스승을 구하고 혼사를 치렀다. 그럼에도 18세의 왕이 맞닥뜨린 현실은 참혹했다. 거란의 황제가 기병 40만을 이끌고 쳐들어왔기 때문이다. 왕은 서경까지 내려온 거란군을 마주했다. 그래도 왕의 혈육. 일국의 왕으로서 치욕스러운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승부욕이 강했던 왕은 장수의 항전하자는 의견을 받아들이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민심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 도망가는 왕의 행차에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따르던 신하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