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에서 강연을 의뢰받은 파묵이 틈틈이 작성한 이 글은 그의 글쓰기의 자세를 알 수 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글을 쓰는 그는 의식을 따라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분석적인 면이 있다. 그는 건축학을 전공했듯 글의 구조를 모두 짜놓은 뒤 채워 넣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화가 되려 했던 그는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소설과 소설을 대하는 작가와 독자의 이야기가 심오하다. 우리가 소설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무얼까? 이것은 인간의 습성에서 기인한다. 모순되는 두 사실을 믿을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소설은 허구이면서도 진실이라고 믿는 독자에서 찾을 수 있다.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소설에는 인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이들을 '소박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