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너무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 버린 듯했다. 비판적 사고, 과학적 지식으로 뇌가 굳어 있었을까. 기계처럼 문장을 읽어나가다가 불현듯 글자만 탐독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이 듦 그리고 잃어감을 대하는 모습. 그리고 옆에서 묵묵히 지켜 봐 주는 사람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치밀한 스토리로 읽어내는 책이 아님을 알아채고는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느끼려고 했지만 사실 쉽지는 않았다. 여유로움이 있고 공감의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읽어내었을 때 진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세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런 미묘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린 시절 아랫층 마쉬카 할머니의 호의를 받았던 마리는 어느새 입장이 바뀌어 보살핌을 나누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