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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일기) 내 이름은 붉은돼지

야곰야곰+책벌레 2022. 9. 1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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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돼지라고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붉은돼지>를 생각하기 나름이다. 처음 탁구 카페에 가입했을 때에도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은 '붉은돼지 좋아하시나 봐요?'였다. 그만큼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내 닉네임에는 다른 사연이 있다.

  탁구를 좋아하던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는 어지간히 탁구를 칠 여건이 되질 않았다. 어느 날부터인지 회사에는 탁구를 치는 붐이 생겼고, 자그마한 탁구대로 놓였다. 함께 칠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함께 탁구를 치다 보니 회사에 탁구 치러 가는 기분마저 들었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은 늘 탁구를 위한 시간이었다. 얼굴을 벌겋게 한 채로 돌아와서 대충 씻은 후 업무를 하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대리님이 "붉은돼지! 탁구 치고 왔어?" 이렇게 묻곤 했다.

  그래서 붉은돼지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꽤나 친근한 이름이고 마침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스럽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애니메이션은 본 적이 없다. (한 번쯤 봐야겠다는 의무감마저 든다.)

  회사에서 탁구도 모 잘랐는지, 탁구장에도 등록하여 치기 시작했다. 2010년 9월의 이야기다. 동호회가 막 해체된 곳이라 함께 공을 주고받을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레슨을 받고 혼자라도 연습하는 게 재밌었다. 물론 다음날 회사에서 필승을 위해서였지만 말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볼박스를 하며 서비스 연습도 하곤 했다.

  그 당시에는 손바닥을 펴고 공을 수직으로 던져야 하는 오픈 서비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다. 부스터 용품이나 스피드 글루 같은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도 많은데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 특히 선수 출신이라는 사람들이 더 많이 쓰곤 했다. 그래서 지켜지지 않았다. 라인이라도 밟으면 바로 폴트 시키는 테니스와 비교가 많이 되었다. 규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탁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하대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우물 속에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듯하다.

  이 시절에 카페에 가입하고 열성적으로 활동했던 것 같다. 카페 활동을 도드라지게 하지 않는 지금 그 글들을 갈무리해서 옮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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