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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레오북 43회)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이재명)

야곰야곰+책벌레 2022. 3. 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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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으로 바쁘던 시절 이재명 후보가 알릴레오를 찾아와서 함께 인문학을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유시민 작가도 대학교 시절 인상 깊게 읽은 소설이며 이재명 후보의 인생 책 중의 한 권이라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책이었다. 윤홍길 작가가 쓴 이 책은 단편 소설이면서 현실이었다.

  이번 북토크를 보면서 8.10 성남 민권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서울시 판자촌 주민들을 지금의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로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의 일방적이고 폭력적 행정행위에 항거하여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지역 주민 수만 명이 공권력을 해체시킨 채 도시를 점령하고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원래는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불렸다.

  사회적 약자가 사회적 발전을 빌미로 쫓겨나고 핍박받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사건 또한 '한강의 기적'이라는 밝은 면 뒤에 있는 우리의 어두운 면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이재명 후보의 삶은  책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안동에서 초등학교를 보내고 변변한 이삿짐도 없이 보자기에 짐을 지고 언덕 베기를 올랐던 소설 속 권 씨 가족과 닮아 있었다. 어린 시절 소년 공의 삶을 살아내고 눈앞에서 내쫓긴 사람의 삶을 보고 겪은 그를 알 수 있었다. 책 속에는 민권 운동 중에 참외 트럭이 넘어져 길에 참외가 쏟아지자 시위를 하다 말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참외를 주워 먹는 모습이 나온다. 시위를 잊을 만큼 배고픈 삶을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절정인 장면이었다.

  어려운 삶을 살았던 이재명 후보는 권 씨에게 동화되었다고 했고 어려운 삶을 살아보지 않았던 유시민 작가는 집주인인 오선생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었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가 오선생에 감정 이입된 것은 '이기적 이타주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려움을 몸으로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하는 것도 알고 행동도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어디까지 얼마나 더 손해를 보고 라는 심리적 기재가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오 선생이 고민하는 장면에서 찰스 디킨스와 찰스 램이 소환된다. 찰스 램은 18세기 영국의 수필가. 찰스 디킨스는 19세기 영국의 소설가다. 두 사람 모두 불후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행동은 달랐다. 디킨스는 어려운 자의 연민은 표현하지만 행동은 정반대로 했다. 램은 어려운 자에 대한 연민을 행동을 한다. 이 두 사람은 지식인이 겪는 번뇌와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오히려 큰 감흥이 없이 읽었다고 했다. 자신은 권 씨에게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번 북토크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같은 작품을 읽어도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들과 같은 작품을 읽고 느낌을 나누는 것은 책을 몇 배로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을 다루는 것을 보니 소설이 시대를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간 극찬을 받으며 상을 받는 작품들이 왜 좋은 소설인지 몰랐는데, 이 소설을 보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역사를 담은 글, 시대정신을 담은 글의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혼자 읽었다면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북토크로 좋은 작품과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ps. 이번 북토크는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후보에 대해 무언가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있음을 느꼈다. 사실 이 북 토크 이후로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후보를 대하는 워딩이 바뀌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아하지 못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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