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계의 시간 (레베카 스트러더스) - 생각의 힘
책을 읽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사향산업이라는 것이다. 책 자체도 많이 읽고 있지 않지만 책의 디지털화는 늘 고민의 대상이었다. 같은 선상에서 시계 또한 책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 시대를 구가했지만 디지털화되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아날로그가 가진 월등한 정보량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시계의 역사와 복원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책은 생각의 힘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시간에 대한 얘기는 늘 과학과 함께 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둥 흐른다는 둥 그런 얘기들 말이다. 그렇다면 시계 제작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의 글은 어떨까.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시계와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연 시를 살아갔을 아주 오래전 인류들이 어떻게 시간을 인지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나 달을 이용해서 뭔가를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태양은 눈부시니 보통 달을 더 많이 연구하지 않았을까. 인류 또한 야행성이었을 테니까. 거기에 뭔가를 세는 행위를 하면서 숫자와 수학이 더해져 오늘날의 시간이 만들어졌을 거다.
시계라는 것은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는 중요한 구심점이 되었을 것이다. 마을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해시계는 마을 사람들의 약속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사람들은 늘 그곳으로 모였을 것이다. 시계는 그렇게 더 중요해지지 않았을까.
중세로 넘어가면 시계는 권력의 상징이 되었던 거 같다. 책이나 글도 그렇듯 늘 독점이 존재해 왔다. 좋은 건 기드권만 취하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산업혁명 이후 시간에 맞춰 일하는 노동자의 시간을 고용주는 마음대로 늘리고 줄이 고를 했다. 노동자는 자신이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쉬는지도 알지 못한 채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일하고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가짜들의 기능은 필요한 것 같다. 카피품이라고 하는 가짜들은 기득권들의 권력을 대중화할 수 있게 해 줬다. 비싸고 멋지게만 만들던 시계들이 투박하고 저렴해져 갔다. 그리고 시계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근대에 전자 산업의 발전은 시계의 디지털화를 가져왔고 더욱더 대중화되었다.
시계의 디지털화 앞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스와치'는 아날로그의 반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계는 기능에서 다시 패션으로 프레임 전환을 하게 된다. 그것이 스마트 워치들이 세상을 장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각자의 영역에서 생존해 있다.
시계는 인간의 역사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라는 것이 정의되었을 때 역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대와 시계의 발전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재미난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정밀함을 가진 시계를 예전 기술로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