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헌법은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가: 헌법의 자리 2 (박한철, 신상준) - 김영사
12.3 내란 이후, 우리 사회에는 법에 대해(그것도 헌법)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헌법 관련 책들의 소비되고 검색 순위도 상승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회에서, 그것도 어렵고 어려운 법에 관한 책들이 팔려 나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파장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헌법의 자리를 집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두 번째 이야기는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판사는 무색무취여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어쩌면 AI가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좌우에 선입견과 빚이 없어야 한다. 마치 수도승 같은 무상무념의 경지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기습과도 같았던 '파기 환송'을 보면 더더욱 판사의 자질에 대해 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재판의 본질은 질문이라고 했다. 훌륭한 헌법재판이 되려면 다양한 의견과 가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 했다. 저자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탄핵 인용을 한 문형배 전 소장 역시 마찬가지다.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토론하고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책은 시대 정신과 근대 국가의 생성과 헌법의 탄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헌법 판례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지난 12.3 내란에 대한 탄핵 인용이었다. 상식적으로 너무 당연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법에 맞추어 하나하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법의 기본 원칙 때문이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하지만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판례를 들여다봐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도 있고 어떤 것들은 저렇게까지 생각해줘야 하는 것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헌법재판은 그냥 재판처럼 유죄/무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합헌/위헌뿐 아니라 그 중간 단계들이 많이 있었다. 법 개정을 국회에 넘기는 것 같은 것들이었다.
이번 책에는 판례를 넘어 민주주의 그 자체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국가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해 얘기한다. 민주주의는 늘 시끄러운 것이고 그 시끄러운 소리는 토론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이해하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가장 좋은 제도는 아니다. 단지 최악을 피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채용하고 있다. 아니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민주주의라서 그럴 수도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독일에서 히틀러가 나왔으니 민주주의에 약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늘 진화를 해야 한다. 너무나도 명백한 위험을 얘기하는 검은 백조(블랙스완)와 다르게 회색코뿔소라는 것이 있다. 너무 평범하거나 너무 위험해서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듯한 것이다.
정치를 하기 쉬우려면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면 된다는 건 박기춘의 업무 지시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와, 라면의 상식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갈라 쳐서 아무 생각 없이 자신들을 지지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자유와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다. 잘못된 정치를 하는 이들을 적어도 투표를 통해서 응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