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 알에이치코리아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핫했던 기업은 바로 엔비디아가 아닐까 싶다. AI와 딥러닝의 중심에 병렬연산처리라는 GPU가 각광받을 거라는 것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지만 AI의 수요가 이렇게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지는 몰랐다. 중국의 딥시크가 공개되기 전까지 엔비디아는 거침없었다. 그 중심에는 젠슨 황 CEO가 있었다.
젠슨 황의 자서전이자 엔비디아의 기업 연혁 같은 이 책은 알에이치코리아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게임을 사랑하던 사람에게 엔비디아는 익숙한 이름이다. 둠과 퀘이크의 흥행은 3D 랜더링 회사의 경쟁을 부추겼고 3D는 게임을 넘어 콘텐츠나 설계까지 두루 쓰이게 되었다. 당시에 엔비디아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래픽 가속기는 3 dfx의 부두 시리즈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엔비디아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경쟁사였던 ATI의 소멸은 이제 다른 대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그래픽 기능은 메인보드에서 지원하는 온-보드 형식을 취했고(원가 절감상으로도 좋음), 그래픽 카드 기업은 3D 처리만이 남은 길이 이 되었다.
지금에 와서야 GPU의 병렬 처리 방식은 대세가 되었지만 이것을 만들어 내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크거나 비싸거나 확장성이 없었다. 그 어려운 일을 엔비디아는 해냈다. 그리고 대가들은 엔비디아가 그래픽 처리를 위해 만들어놓은 파이브라인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기 컴퓨터는 CPU나 메모리가 모자라서 하드웨어의 캐시 메모리 같은 것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래픽 카드의 메모리까지 침범하게 되었고 엔비디아의 병렬처리 방식은 그들에게 좋은 방법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인간의 신경을 흉내낸 신경망 회로. 그중에서도 퍼셉트론은 1950년대쯤에 발표되었으나 그 가능성을 부정당했고 AI는 긴 겨울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것이 신경망 회로는 인간의 뇌 속의 신경처럼 복잡해야 하는데 당시 컴퓨터로는 그 연산을 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해 알렉스넷이라는 놀라운 알고리즘이 세상에 등장하고야 만다.
머신러닝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가 바로 영상처리 분야다. 많은 영상처리는 이미지를 전처리하고 그곳으로부터 특징점을 찾아 각자의 알고리즘을 돌려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같은 것이 있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산업용, 특히 어느 하나의 목적을 넘어서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실제 지금의 AI도 특정 목적을 넘어서는 AGI의 길을 가기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알렉스는 신경망을 이용하여 지금까지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매칭률을 기록한다. 그것은 AI의 새로운 봄의 시작이었고 알고리즘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단순 3D 랜더링을 목표로 하던 회사는 과학자들을 위한 회사로 변하고 있었다. 젠슨 황은 그래픽 카드가 연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그래픽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설루션을 만드려 노력했다. 이사진들은 그가 회사 이익에 도움 되지 않는 일에 몰두한다고 몰아세웠지만 그는 어떻게든 CEO자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CUDA를 세상에 내놓았다.
CUDA는 엔비디아의 GPGPU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스택이며 CUDA 코어가 장착된 엔비디아 GPU에서 작동하게 된다. 덕분에 일반 엔지니어도 병렬 연산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엔비디아의 알고리즘을 산업 표준화된 코딩 언어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의 얘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것과 같다. 엔비디아의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게 되고 AI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는 엔비디아의 칩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게임 덕후에게나 인정받던 회사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회사가 되었다.
이 책은 젠슨 황의 자서전이기도 하지만 엔비디아의 기업 연혁 같은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그래픽 카드, 그리고 회사, 게임까지 모두 익숙한 것들이어서 반갑기는 했지만 뭔가 파고드는 진한 감동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분명 다이내믹한 시점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뭔가 아쉽다.
엔비디아의 역사가 젠슨 황의 역사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젠슨 황 자체가 가지는 대중적 매력의 부족함 때문일까.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 편하게 즐겁게 읽으면서도 뭔가 빠진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