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품방항 (2013.01.09)
용품 방황을 잘 안 하던 성격이라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아니 이제는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용품을 써왔다. 큰일이 있을 때, 오랜 시간 탁구를 쉬었을 때, 전형을 바꿀 때 말곤 늘 같은 장비를 사용했었는데, 운 좋게도 스폰을 받으면서 용품 방황은 시작되었다. 받은 용품의 가격 이상의 금액을 방황에 쓰게 되었다. 참 아이러니 하다.
많이 사용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용품의 특징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블레이드는 두께 6미리 이상의 합판으로 울림이 적당하고 직관적인 감각을 가진 것들이었다. 울림은 stiga 메이플 우드 7 nct가 좋았지만 여러모로 닛타쿠의 아델리가 개인적인 감각에 잘 맞았다. 특수소재가 들어 있지만 감각이 좋은 제품도 좋았다. 여기엔 단연 stiga의 하이브리드 우드 nct가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유리 같은 내구성의 stiga cc7도 좋았다. nexy의 오스카는 굉장히 편하고 좋았지만 상대방이 공이 너무 정직하게 온다고 해서 포기했다.
아름답기로 치자면 stiga 사의 로즈우드 xo를 들 수 있다. 얇은 합판 5겹에 꽤 많은 울림이 있지만 단단한 목재를 사용해서 그런지 휘청이는 맛은 없다. 얇은 두께에 비해 중진에서도 강하게 끌어줄 수 있다.
힘 하면 역시 히노키 카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버터플라이의 프리모라츠 카본이다. 세 번이나 재구매했던 녀석이다. 찬스는 곧 득점과 같았던 용품이지만 안정성은 조금 떨어진다. 높은 기술 구사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히노키 표층답게 감각이 좋고 두꺼운 카본층은 단단하게 받춰져서 울림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좋다.
nexy의 칼릭스는 가장 오묘하고 매력적이다. 두텁게 쳐내면 휘청이지만 드라이브로 공을 걸 때 또 강하게 채 준다. 채찍이 생각나게 하는 얇고 낭창한 녀석이다. 이런 블레이드 찾기 쉽지 않지만 호불호가 강력하게 갈린다. 칼릭스를 조금 더 대중적으로 만든 것이 nexy의 카보드다. 드라이브를 걸 때마다 러버에서 뽁뽁소리를 나게 해 주던 '감칠맛' 넘치는 녀석이다. 얇은 블레이드도 좋은 감각을 줄 수 있고라는 생각을 들게 해 줬다.
stiga의 에벤홀츠 7 nct는 흑단 나무의 수려함에 일단 반하게 된다. 굉장히 빠르고 단단하고 날카롭다. 하지만 중심층 때문일까 생각 외로 잘 잡아준다. 내유외강형 블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가성비가 좋았던 m2k의 마스터 v, 의외의 안정감과 좋은 울림을 주었던 yasaka의 마린카본, 파워에 비해 드라이브가 꽤나 쉬웠던 버터플라이 사디우스, 7겹치고는 답답했던 엑시옴의 솔로, 꽤나 좋은 인상을 주었던 dhs의 허리케인 킹.
ps. 사실 오래전 이야기라 최근에는 더 좋은 블레이드도 많이 만났지만, 그땐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