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곰야곰+책벌레 2023. 6. 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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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탕트는 프랑스어로 성년에 이르는 귀족, 상류 계층의 여성을 뜻한다. 또는 그 사람들이 교류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이는 프랑스 궁정에 기원을 둔 사교계 관련 용어로 많이 쓰인다. 데뷔라는 단어도 사실상 여기서 유래되었다. 이 문화는 현대 상류층의 모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중이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서브 컬처에서도 상류 사회를 묘사하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살롱은 그 자체로 고급문화가 탄생하고 교류하는 공간을 제공한 핵심적인 문화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귀족 부인들은 일정한 날짜에 객실로 문화계 명사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제공하면서 문학이나 도덕에 관한 자유로운 토론과 낭독을 하곤 했다. 살롱은 중세 궁정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나 본격적인 살롱 문화는 르네상스의 프랑스에서 꽃피었다.

중세 판타지물의 배경은 오히려 영국 사교계에 가깝다. 18세기까지 계층 간 결혼을 엄격하게 지켰던 영국은 18번째 생일을 맞은 명문가의 숙녀들은 상류사회에 자신을 소개하는 데뷔 무대를 가졌다. 영국 왕실은 4월부터 6월까지 세인트 제임스 궁전을 개방했고 귀족들은 사교 시즌을 맞았다. 이때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명문가의 숙녀들은 왕비를 알현하는 의식을 가졌는데 이때 왕비에게 소개되는 젊은 여성을 가리켜 '데뷔던트'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무도회를 '데뷔던트 볼'로 칭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무도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여성의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다 집안의 수준은 물론이고 참가하는 당사자도 높은 수준을 가져야 했다. 엄격한 언행과 복장 규정을 준수해야 했는데 이는 무도회에 참여하는 남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이 자리가 상류사회의 맞선 장소였음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화제가 되는 데뷔탕트볼은 매년 11월 파리에서 열리는 '르 볼' 행사다. 1992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이벤트 성으로 계획했지만 지속적인 관심으로 20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르 볼'은 문화, 예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한 가문의 여자아이를 초대한다. 부모나 조부모의 후광이 필요하지만 본인 자체도 격에 떨어져선 안된다. 카발리에는 데뷔탕트를 에스코트하는 남성을 가리키며 초청받는 것이 아니라 데뷔탕트가 선택한다. 물론 선택하지 않고 주최 측에 요청하는 데뷔탕트도 많다. 

우리나라에도 데뷔탕트볼이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상류층의 모임이 있으나 결혼을 목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자를 찾는 데뷔탕트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오히려 결혼정보회사의 파티 주선이 데뷔탕트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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