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탁구

세이크에서 중펜으로 전향하는 이들을 위한 경험담 (2012.06.14)

야곰야곰+책벌레 2023. 5. 25. 12:44
반응형

중펜으로 전향한 지 2주 하고도 4일 차가 지났다. 칼릭스에 P7, 제플옵(제니우스 플러스 옵티멈)으로 테스트를 해보니 전향해도 좋겠다는 판단이 선지는 고작 3일째다. 에벤홀쯔7에 1QXD, 제플옵을 사용하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빨간색 러버가 1QXD 밖에 없다. 생각한 조합은 5Q나 1Q에 칼리브라 LT 조합이었다)

세이크에서 중펜으로 전향할 때는 뭔가 꽂힌 게 없이는 권장할 만한 것이다. 나는 포핸드 감각과 백핸드의 적응 가능성을 가지고 전향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중펜의 희소성과 멋스러움에 반했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세이크에서 가능한 기술은 중펜에서도 얼추 다 가능하다. 게다가 손목의 자유도 증가는 임기응변에 플러스를 안정감에는 마이너스를 가져다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이드 깊숙이 빠지는 공을 발로 좇지 못할 때다. 세이크는 크립을 풀면 조금 더 넓은 범위를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펜은 손에서 라켓을 풀는 동작이 쉽지 않다. (뭐.. 원래 이런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풋워크의 미숙일 뿐이니까)

만년 5부인 나는 중펜 사용자로서의 고민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어떤 게 있을까?

  1. 검지 중간 마디, 중지 끝마디 그리고 엄지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아기자기한 그립의 모양을 즐기는 것도 잠시, 쥐는 순식간에 다가온다. 이런 불편함은 '이거 어떡하지'라며 스스로를 혼란스럽게 한다. 중지에 닿는 러버의 감촉도 그립을 바꿔야 하는 상황의 급박함을 방해한다. 처음 닿는 이 어색함은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일펜처럼 쥐면 뒷면의 각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답답할 노릇이다.
    그립을 많이 깎아낸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라켓을 꽉 쥐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더 줘야 하고 그러다 보면 손가락이 얼얼하다. 심하면 권총 증후군까지 생긴다. 멘솔레담과 마사지의 연속이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세이크의 장점을 취할 수 있는 그립을 찾아 그립을 계속 바꿨다. 처음엔 전면 쇼트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가정하에 그립법을 찾았다. 왕하오 선수의 그립이 정석이겠지만 왠지 잘 맞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엄지로 누르고 중지로 받힌다는 글을 보고 일펜을 쥘 때의 그립법에서 대안을 발견했다. 
    검지로 건다는 것은 중펜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 듯했다. 검지는 거들뿐.. 중펜을 일펜처럼 쥐니 편해졌다. 그래도 중펜의 그립은 늘 고민의 대상이다. 완벽한 그립법은 여전히 찾지 못한 듯하다.
  2. 백핸드에서 전면 사용은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마린 같은 감각이 없는 생체인에게 전면/뒷면을 상황에 맞게 쓴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펜에서 전향한 사람은 강력한 백 푸시와 안정감 높은 쇼트를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이크에서 전향했다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쇼트를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기술은 뒷면으로 하는 것이다. 푸시마저도 뒷면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세이크의 80% 정도의 수준으로 밖에 끌어올릴 수 없다. 중펜만의 독특함을 살려내는 고민이 필요하다.
  3. 일펜과도 다른 포핸드
    일펜을 쳐 봤기에 포핸드를 쉽게 생각했지만 중펜으로 휘둔 느낌은 어색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공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립법이 다르니 분명 타격에도 다른 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공이 맞는 타격점을 바꿨다. 세이크보다 조금 더 앞쪽에 공을 두고 라켓을 앞으로 던진다는 느낌으로 해야 공에 힘이 들렸다. 세이크처럼 몸 깊숙이 올 때까지 기다려서는 좋은 공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근데 이것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 던지듯이 하는 느낌 자체가 공에 파워를 줄 수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세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치니 팔꿈치에 무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일펜과 통하는 부분은 엄지 사용법이다. 세이크는 손목으로 각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펜홀더는 그것이 쉽지 않다. 손목이 너무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지로 각도를 만드는 생각으로 친다. 닫을 때는 엄지를 눌러주고 열 때는 엄지에 힘을 푼다. 뒷면을 지탱하는 중지와 약지와의 발란스로 각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4. 뒷면의 각도는 손가락보다 상체의 활용이 중요하다.
    손목을 이용하여 각을 쉽게 만드는 세이크와 달리 중펜의 뒷면 각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열려고 할수록 손가락이 아프다. 타점과 임팩트로 극복이 가능하지만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체의 각도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상체를 조금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뒷면의 각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뒷면 사용은 중펜 사용자에게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5. 손목은 쓰는 것이 아니라 쓰여지는 것이다.
    손목을 다치는 대부분의 경우가 공에 힘을 싣기 위해 무리하게 힘을 주기 때문이다. 중펜의 경우는 세이크보다 더 많은 부상 위험이 있다. 강력한 공을 만들려다 보면 손목에 뜨끔 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손목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게에 손목을 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팔꿈치와 어깨가 함께 끌고 나가면서 손목은 자연스레 따라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플릭과 같이 어깨와 팔꿈치 사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손목을 튕기듯이 하는 방법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작용/반작용의 법칙과 비슷하다. 그리고 손목을 잘 쓰려면 손목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세이크를 칠 때보다 일펜으로 칠 때 포핸드가 더 강력하다. 순간적인 대처 능력도 낫다는 느낌이다. 그건 아마 그립의 차이에서 오는 감각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하게 타격하는가의 문제다. 세이크를 오래 치면 세이크로 더 강한 파워를 만들 수 있다. 중펜으로 바꾼다면 그 미묘한 타격점을 조절해야 한다.

중펜의 멋을 위해 전향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반응형